안녕하세요. DKSA 지원팀입니다. 저희는 새로 D&D를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플레이어즈 핸드북에 등장하는 클래스들을 하나씩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가나다 순서에 따라, 열번째로 소개해 드릴 클래스는 신들의 사도, 클레릭입니다.
얼굴에 선한 기운이 보이시네요.
클레릭은 “전사(Fighting Man)”, “마법 사용자(Magic-User)”와 함께 D&D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클래스입니다. 최초의 D&D에서, 클레릭은 “날이 있거나 뾰족한 무기를 쓰지 못하는 대신 전사보다 더 많은 마법 물건을 사용할 수 있고, 마법 사용자만큼 다양하지는 않지만 별개의 주문들을 사용할 수 있는 클래스”로서 구상되었습니다. 이러한 클레릭의 이미지는 과거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성직자들, 정확히는 그러한 성직자들에서 이미지를 가지고 온 중세 기사 로망의 전투 사제들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롤랑의 노래”에 등장한 대주교 튀르뱅(Turpin) 등이 이러한 전투 사제의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 팔라딘이 플레이어 캐릭터의 클래스로 들어오자, 클레릭과 팔라딘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팔라딘은 보다 전투적인 “기사”의 이미지를, 클레릭은 기도하고 축복하는 “전투사제”의 이미지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AD&D시절, 클레릭은 위저드 못지 않은 위세를 누리는 강력한 클래스였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위저드가 금지 학파와 전공을 잘 선택해야 했던 것에 비해 클레릭은 모시는 신을 잘 골라야 했던 것 정도입니다. AD&D 시절에는 클레릭이 섬기는 신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의 최대 레벨이나 사용할 수 없는 금기 주문이 정해졌습니다. 대신(Greater God)을 섬기는 클레릭은 그 신의 권능(=Portfolio)에 해당하는 주문을 7레벨까지 사용할 수 있었지만, 반신(Demi-god)을 섬기는 클레릭은 최대 4레벨 주문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규모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차이 문제는 세계마다 신들의 위상이 달랐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내곤 했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룬에서는 역경의 시대(Time of Trouble) 당시 모든 클레릭들이 힘을 잃는 일이 발생했고, 그 이후에도 신이 죽거나, 죽지는 않더라도 일부 권능을 잃는 일이 발생하면 그 신을 섬기는 클레릭들 모두가 주문에 제한을 받았습니다.
D&D3판에 들어서며 클레릭이 섬기는 신에 따른 주문 레벨의 제한은 풀렸습니다. 또한 클레릭 역시 위저드와 마찬가지로 최대 9레벨까지의 주문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클레릭의 무기 제한 역시 신들의 권역(Domain)이나 성격마다 차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3판 코어 룰북이 나왔을 당시 클레릭은 잠깐 절대적인 공포의 존재가 되기도 했는데, 접촉 공격 주문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해Harm가 적의 hp를 1d4점만 남기고 모조리 날려버리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해로 한번 어루만지고 살짝 때리면 누구나 쓰러트릴 수 있다는 공포는 3판이 나오고 채 몇년도 되지 않아 3.5판이 나오게 만든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수많은 최적주의자들이 접촉 AC를 높이기 위해 발버둥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3판의 많은 문제를 해소한 3.5판에서도 여전히 클레릭은 강자 중 하나였습니다. 한국에서 킬러릭, 영미권에서는 콧질라(CoDzilla)라고 부르는 클레릭/드루이드 등 신성 마법 사용자들의 위엄은 3/3.5판 시절 전체를 지배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십종의 추가 규칙에서 찾아낸 수십개의 강화 주문을 모아 최적화한 클레릭의 위상은 다른 클래스들을 초라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4판에서, 클레릭은 신성(Divine) 원천을 사용하는 지도자(Leader) 역할의 클래스로 등장했습니다. 4판의 클래스 역할 중 지도자는 주로 동료들을 강화하고 치료하며 보조하는 역할을 지칭하는 것이었는데, 클레릭은 4판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치료” 부분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자랑했으나 강화 및 보조에 있어서는 워로드 등의 다른 클래스에 비해 특출난 장점이 없었습니다. 4판 시절부터 언데드 퇴치(Turn Undead)가 신성 변환(Channel Divinity)을 사용하는 능력으로 전환되었다는 점도 특기할 만 합니다. 4판은 전반적으로 모든 클래스를 비슷한 방식으로 사용하게 만들었으므로, AD&D에서 3.5판까지의 클레릭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은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3.5판과 유사한 방식으로 돌아온 5판입니다만, 클레릭이 과거의 위세를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이것은 저번 위저드 설명에서 언급한 바 있는, “주문 사용자들이 전반적으로 약화된 이유” 때문입니다. 즉 “강화 주문에 대한 집중을 하나만 유지할 수 있어서 여러 주문을 중첩하여 엄청난 보너스를 얻는 것”이 불가능해졌고, “대부분의 일시적 강화/약화 능력이 이점/불리점으로 개편”되었으며, “유용한 마법 물건은 최대 3개까지만 조율 가능”하도록 변경된 것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경점이 클레릭을 못쓸 정도로 약화시킨 것은 아닙니다. 클레릭은 여전히 4판에서와 마찬가지로 일행의 생명력과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유용한 주문들을 여럿 지니고 있습니다.
일행 내에서의 역할
클레릭은 일행에 있어서 최후의 보루입니다. 전위를 담당하는 방어 역할이 죽고, 주문사용자가 상태이상에 걸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기술 전문가가 큰 피해를 받아 사경을 해메고 있을 때, 치유와 회복을 담당하는 클레릭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물론 비슷한 역할을 드루이드나 바드가 일부 맡아 할 수도 있고, 팔라딘 역시 미미하지만 치유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능력의 효율에서 클레릭을 따라오지는 못합니다.
또한 클레릭은 높은 지혜를 지니고 있으므로 일행의 탐지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고, 필요한 경우 사회적인 상황에 나서기도 합니다. 신들이 존재하고 기적이 일어나는 판타지 세계에서, “신”을 뒷배로 두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사회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신을 섬기는 클레릭의 말은 어느 곳에서나 중요한 무게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클레릭은 사회에서 존경받는 위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플레이어 유형에 따른 추천
플레이어의 여섯 유형 중에서, 클레릭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야기 창조자와 전술가입니다. 다른 유형들의 경우, 클레릭 자체의 능력이나 특징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이 게임을 즐기는 캠페인의 특정한 신을 좋아한다거나 해서 클레릭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기자
연기자 플레이어가 클레릭을 선택하는 경우는 대개 클레릭의 역할이나 능력 때문이라기보다, 캠페인 세계에서 자신이 연기하고픈 신앙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외의 경우는 “신앙”에 얽매여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연기자 플레이어의 발목을 잡는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연기자 플레이어는 광신적인 역할이나 신앙에 고뇌하는 역할을 연기하고 싶을 때 클레릭을 합니다.
최적주의자
클레릭은 결코 약한 클래스가 아니며 조합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지만, 최적주의자들은 클레릭의 역할이 “최후의 보루”라는 점 때문에 클레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클레릭은 자신의 능력과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 클래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하는 상황을 대비해 자원을 아껴야 하는 상황”은 최적주의자들에게 그리 반가운 것이 아닙니다. 이미 일행 중에 다른 치유 역할이나 보조 역할이 충분히 있어서 클레릭을 공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경우라거나, 생존형 최적주의자가 최대한 오래 버티기 위해 클레릭을 멀티클래스로 선택하는 경우는 가끔 있습니다. 클레릭 역시 낮은 레벨에서 좋은 능력을 많이 얻기 때문에, 멀티클래스의 재료로서는 많은 사랑을 받습니다.
자극자
자극자 플레이어들은 클레릭 캐릭터의 능력에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역할이나 전투 조우에서의 역할에서 의외성이 없기 때문에 클레릭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북유럽 신화의 로키 같은 기만자(Trickster) 역할의 신을 믿는 클레릭이라면 자극자들도 선택하곤 합니다. 이런 경우, 클레릭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다기보다 자극자 자신의 취향으로 변형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당연히 일행 전체에서 보조적인 치유사나 신성 마법 시전자가 있어야만 이런 경우 원활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창조자
위저드가 전술가 플레이어들의 제1선택지인 것처럼, 클레릭은 이야기 창조자 플레이어들의 제1선택지입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클레릭을 하기 위해서는 섬기는 신을 선택해야 하며, 따라서 그 캠페인 세계의 신앙에 대해 알아야만 합니다. 신앙에 대해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캠페인 배경의 역사나 민족, 조직에 대해서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야기 창조자 플레이어가 클레릭을 선택하는 이유는, 클레릭이야말로 캐릭터와 캠페인 배경 사이의 관계가 가장 긴밀한 클래스이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일행이 점점 높은 레벨에 도달하고 강력한 적들과 맞싸우며 모험의 분위기가 장엄한 것으로 변해갈수록, “신”의 관심을 대변하는 클레릭은 이야기의 중심에 다가가게 됩니다. 세상의 운명을 놓고 싸우는 결전 쯤 가면 클레릭은 신 그 자체의 대변자가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이야기 창조자에게 이러한 요소들은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전술가
전술가는 (최적주의자와 달리) 클레릭이 일행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클레릭을 좋아합니다. 비록 클레릭은 자원을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클래스이긴 하지만 전술가들은 다른 방식으로 동료를 도와주기 위해 연구를 많이 합니다. 클레릭은 바드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일행을 강화하거나 도와줄 수 있는 클래스이며, 위저드만큼의 다양성은 없어도 여러가지 주문을 통해 일행의 모험을 더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퍼즐 해결사
퍼즐 해결사 플레이어들은 “예언”이나 “신탁” 같은 요소 때문에 클레릭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퍼즐 해결사들이 풀어야 하는 문제가 캠페인의 설정이나 배경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경우, 클레릭을 선택하는 것 역시 단서를 찾고 알아내기에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또한 클레릭은 높은 지혜와 감지, 통찰 능력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러한 능력들을 통해 퍼즐 해결사가 필요로 하는 단서를 알아내기도 합니다.
하위 클래스 소개
클레릭은 자신이 섬기는 신이 어떠한 권능을 가졌는가에 따라 그에 맞는 권역(Domain)을 따르게 됩니다. 하나의 신이 꼭 하나의 권역만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질서와 보호의 신인 헬름 같은 경우, 생명(Life)과 광휘(Light) 권역을 같이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클레릭은 자신이 섬기는 신의 권역 중 하나를 선택하여 따를 수 있습니다.
D&D 기초 규칙과 SRD에서는 생명 권역만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PHB에서는 광휘(Light), 기만(Trickery), 자연(Nature), 지식(Knowledge), 전쟁(War), 폭풍(Tempest) 권역들을 추가로 설명하였습니다. DMG에서는 이에 더해 NPC들이 주로 사용하게 될 죽음(Death) 권역도 다루고 있습니다.
광휘 권역
이 권역을 가지는 신들은 태양신이나 별의 신 등, 빛과 관계되는 신들입니다. 단순히 빛 뿐만 아니라 열이나 불에 관계되는 신이 이 권역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 권역은 강력한 공격 주문들 몇 가지를 배울 수 있게 해 주며, 주변에 빛을 퍼트리는 등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기만 권역
이 권역의 신들은 북유럽 신화의 로키나 그리스 신화의 헤르메스처럼 지혜와 교활함을 상징하는 신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말하자면 신들 사이의 자극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을 섬기는 클레릭은 자신도 혼돈적인 성향을 따르는 경우가 많고, 운에 모든 것을 걸고 모험을 하기도 합니다. 이 권역에서는 상대의 정신을 조작하거나 지배하는 주문들을 얻고, 환영이나 투명화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생명 권역
이 권역의 신들은 생명과 치료, 성장에 관계되는 신들입니다. 이 권역으로는 치유와 회복, 소생에 관계되는 주문들을 얻고, 다른 사람들을 치료할 때 최대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치유 역할로는 가장 뛰어난 권역이지만, 공격적 요소나 보조적 요소가 부족하여 재미가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자연 권역
자연의 힘을 상징하는 신들이 이 권역의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숲, 강, 들판의 신이나 자연의 동물들에 관계된 신들이 이 권역을 주로 가집니다. 이 권역을 따르는 클레릭은 처음부터 중장 갑옷을 입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 권역은 자연계의 존재들과 대화하거나 다스리는 주문들과 능력을 사용하게 해 줍니다.
지식 권역
이 권역의 신들은 학문, 역사, 연구 등의 권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많은 세계에서는 마법의 신들이 지식 권역을 지닌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지식 권역 클레릭은 일행에 위저드가 없을 때 매우 유용합니다. 신의 힘을 빌어 다양한 지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권역은 지식이나 예지 능력들을 가져오고, 그에 연관된 주문을 쓸 수 있게 해 줍니다.
전쟁 권역
이 권역의 신들은 정의로운 기사도의 신에서 잔혹한 폭군의 신까지 다채로움을 자랑합니다. 이 권역을 택하면 클레릭은 처음부터 중장 갑옷을 입을 수 있게 되며, 자신과 동료들을 강화시키는 주문들을 얻게 됩니다. 이 권역의 클레릭은 최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물리적 공격 능력과 방어력을 얻습니다.
폭풍 권역
이 권역은 난폭하고 압도적인 자연의 힘을 상징합니다. 하늘과 바다를 다스리는 신들이 이 권역을 가지며, 같은 권역 내에서도 선과 악이 공존합니다. 위엄과 권위를 가진 하늘의 신과, 난폭하기 이를데 없는 폭풍의 신들이 같은 권역을 지닌 것입니다. 이 권역을 따르는 클레릭은 처음부터 중장 갑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권역은 파괴적인 자연의 힘을 따르는 주문과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죽음 권역
이 권역은 죽음과 저승의 신들의 것입니다. 하지만 이 권역의 신들이 모두 악한 것은 아니며, 이들을 따르는 클레릭들 역시 꼭 악한 성향을 필요는 없습니다. 죽은 자를 심판하는 신이나 죽음 이후의 안식을 주는 신들도 모두 이 권역에 속해 있습니다. 권역을 따르는 클레릭은 처음부터 중장 갑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권역은 부정적 에너지를 다루는 주문과 능력을 부여해 줍니다.
자나사의 클레릭 하위 클래스
저희가 앞으로 내놓을 예정인 자나사의 만물 안내서(Xanathar’s Guide to Everything: 이하 XGE)에서는 용광로(Forge) 권역과 무덤(Grave) 권역을 추가로 다루고 있습니다.
용광로 권역의 신들은 창조와 공예의 권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권역 역시 처음부터 중장 갑옷을 입을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며, 비마법적인 무기나 갑옷에 일시적으로 마법의 힘을 부여하는 능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창조와 부여의 주문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화염 피해에 대한 저항이나 면역도 얻을 수 있습니다.
무덤 권역은 죽음 권역을 보다 중립적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죽음 이후의 심판과 안식 부분을 가져온 것에 가깝습니다. 죽음 권역과 마찬가지로 심판과 안식의 신들이 주로 무덤 권역을 가집니다. 빈사 상태의 동료를 안정시키거나, 적에게 일시적으로 취약성을 주는 능력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용광로 권역은 초반부터 마법적인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과 여러가지 유용한 물건을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무덤 권역은 죽음 권역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지만, 부정적 에너지로 적을 공격하는 능력 일부를 동료들에 대한 회복이나 보호로 돌렸다는 점이 다릅니다.
여러 세계 속의 클레릭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클레릭은 캠페인 배경에 가장 밀접한 클래스라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D&D의 여러 세계에 존재하는 클레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클레릭이 섬기는 신앙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신앙에 대해 설명한다는 것은 또한 그 세계 자체의 특징을 다루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포가튼 렐름즈
아비어와 토릴의 신들은 역경의 시간과 주문역병, 두 번째 대분단을 거쳐 엄청난 변화를 많이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신들이 죽거나 힘을 잃기도 했고, 새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신도들의 수와 영향력이 바로 신의 힘에 영향을 끼치는 페이룬의 구조 상, 신들의 흥망성쇠는 바로 그 신도들, 클레릭의 흥망성쇠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페이룬에서는 유난히 신의 자리에 다가간 클레릭들도 많이 있습니다.
페이룬에서 과거 유명한 클레릭으로는 역경의 시간 당시 켈렘버, 미드나이트, 시어릭과 함께 일행을 이루었던 아돈(Adon)이 있습니다. 아돈은 죽고 난 이후 그 영혼의 행방에 이르기까지 여러 신들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또한, 베인의 간택자(Chosen)이자 대리자(Exarch)이기도 했던 프줄 쳄브릴(Fzoul Chembryl) 역시 유명한 클레릭입니다. 그는 오랜기간 젠타림의 제2인자였고, 역경의 시간 때 자리를 잃은 베인이 원래의 신격을 되찾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과거 페이룬은 “간택자”의 존재 때문에 클레릭과 신 사이의 관계가 다른 세계들과 약간 달랐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대분단이 지나고 난 이후, 페이룬의 신들은 과거처럼 간택자를 고르거나 직접 강력한 힘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레이호크
플라네스의 신들은 크게 각 민족의 만신전과 비인간 종족들의 만신전으로 구분되며, 각 민족의 만신전은 저마다 독특한 클레릭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클루니 만신전은 운명의 여신 이스터스를 유일신에 비슷하게 섬기며, 다른 신들을 드높은 천사로 여깁니다. 슐 만신전에는 야수나 곤충의 모습을 한 신도 섞여 있으며, 자연과의 투쟁을 다루는 신들이나 겨울의 공포를 형상화한 신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각 민족마다 서로 신앙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것이 바로 그레이호크의 특징입니다. 그레이호크의 클레릭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대마법사 빅바이의 사촌이자 마법의 신 보콥의 대주교였던 릭바이(Riggby)일 것입니다. 그는 대마법사 모덴카이넨이나 파이터 로빌라 경과 함께 그레이호크 성의 지하를 탐험했던 업적으로 유명합니다. 모덴카이넨의 동료 클레릭 중 하나였던 성 커스버트의 사제 서튼(Serten) 역시 그레이호크의 역사에 깊은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한편, 그레이호크 출신의 유명한 클레릭을 고르자면 거미 여왕 롤스의 대리자인 에클라브드라(Eclavdra)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원소 악의 사원(Temple of Elemental Evil)”에 등장한 에클라브드라는 롤스의 오른팔이라 불릴만한 강력한 드로우 여사제입니다.
드래곤랜스
신들이 가장 가까이 거했던 세계인 크린에는 그만큼 인상깊은 클레릭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대격변 이후 자취를 감춘 옛 신들의 흔적을 맨 처음 찾아낸 골드문(Goldmoon)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습니다. 한편, 어둠의 여왕 타키시스의 부하들 중에서도 아리아카스(Ariakas)는 인상깊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어둠의 여왕이 패하여 다시 사라진 이후에도 남은 부하들을 모아 타키시스 기사단을 결성해 계속 선의 세력에 도전을 해 왔습니다.
에버론
에버론의 신앙 구조는 다른 D&D 세계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 누구도 신이 실재한다는 것을 밝혀낸 바 없고, 클레릭들은 꼭 신에게서 힘을 받아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철학, 믿음, 신념에서 신성한 힘을 끌어내는 클레릭들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에버론은 다른 D&D의 만신전과 유사한 “소버린 호스트(Sovereign Host)”를 신앙하는 클레릭에서 시작해, 자기 자신의 완결과 완성을 바라는 “빛의 길(Path of Light)”를 따르는 클레릭들이 공존합니다. 그중 가장 특이한 개성을 갖춘 것은 “은빛 불꽃 교회(the Church of Silver Flame)”입니다. 신화의 시대 에버론을 지키기 위해 모든 종족이 희생을 택한 코아틀의 영혼이 은빛 불꽃을 이루었다고 믿는 이 신앙은 가장 고결하고 선한 이들과 가장 가혹한 이단 심문관들이 공존합니다. 은빛 불꽃의 형식상 수장은 은빛 불꽃이 직접 선택한다고 알려진 불꽃의 수호자(Keeper of the Flame)로, 현재 불꽃의 수호자는 11의 소녀인 자엘라 다란(Jaela Daran)입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은빛 불꽃 교회를 움직이는 것은 크로젠 추기경(Cardinal Krozen)이라고들 합니다.
클레릭을 위한 도움말
MMORPG에서도 “힐러”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역할입니다. 일행의 전반적인 상태와 생명력을 혼자서 책임지는 것을 즐겁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보다 활동적인 역할을 하지 못해 답답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클레릭은 일행 전체를 마치 자신의 연장처럼 생각하는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클래스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보다 활동적이며 공격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면, 클레릭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가끔씩 클레릭이 없는 일행이 만들어질 때도 생기곤 합니다.
또한 클레릭을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캠페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렇게 배경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보다 깊게 이야기에 관여할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클레릭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에 가장 어울리는 종족은 지혜가 상승하는 언덕 드워프나, 다양한 능력을 고르게 올릴 수 있는 인간입니다. 특히 인간의 경우 캠페인 배경과 보다 밀접한 연결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기가 수월하며, 재주(Feat)를 허락해 주는 캠페인의 경우 처음부터 그에 맞는 재주 하나를 들고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주를 허가하는 캠페인의 경우, 먼저 클레릭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를 선택해 그에 맞는 재주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치유와 보호 등 주문시전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싶다면, 전쟁 시전자(War Caster) 재주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 재주는 강화 마법의 집중을 유지해 주고, 손에 방패와 무기를 들고서도 주문을 시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클레릭의 지혜가 높다는 점을 이용해 관찰자(Observant) 재주를 선택하면 뛰어난 감지 능력을 얻을 수 있어서 일행 내에서 또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더 높은 AC를 얻고 싶다면 평갑 달인(Medium Armor Master)를 선택하고 민첩에 조금 더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의외로 클레릭이 최전방에서 싸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튼튼함(Durable) 같은 재주로 체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클레릭의 여러 주문 중 소마법인 안내Guidanece는 특별히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주문은 능력 판정 한 번에 d4의 보너스를 제공합니다. 어려운 기술 판정을 해야 할 때,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 클레릭의 도움은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주문들을 미리 알고 준비해 놓는다면 일행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맺음말
클레릭은 파이터, 위저드, 로그와 함께 과거부터 핵심 클래스의 하나였습니다만, 일행에 너무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캠페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은 클래스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이야기에 깊이 들어갈 수 있으며, 일행에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클래스이기도 합니다. 만약 일행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고 싶다면, 클레릭이야말로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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