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DKSA입니다.
오늘은 이미 과거에 검토했던 문제인 Werewolf에 대한 글을 올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공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텀블벅 공지의 남발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해 미리 사과 말씀을 드립니다. 이후 다시 정확한 예정을 공지하겠습니다만, 저희는 11월 15일까지만 텀블벅 공지를 사용할 것입니다.
오늘 두 번째로 답변해 드릴 번역 용어에 대한 문제는 Bone Devil, Horned Devil 등 이른바 "해석과 음차가 혼재되는 경우"에 대한 것입니다. 저희에게 문의를 주신 분께서 Bone Devil (Osyluth)를 예시로 주셨기에, 저희는 이를 중점적으로 대답해 드릴 것입니다.
1. 뼈 악마면 뼈 악마지 뼈 데빌이 뭡니까?
D&D5판의 세계에서는 악마(Fiend)라 번역해야 하는 단어가 최소 4종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종류(Type)의 일종인 Fiend, 어비스에 사는 혼돈과 악의 화신들인 Demon, 구층지옥에 있는 질서 악 성향의 Devil, 그리고 게헨나에 사는 기회주의적인 중립 악의 Yugoloth가 그러합니다. 그중 유골로스(Yugoloth)는 TSR 시절의 조어이기 때문에 굳이 악마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고 치고, 데몬(Demon)은 (일본어 조어에 의한 것이라 채택할 수 없긴 하지만) 마물, 악귀, 등등으로 친다고 쳐도 여전히 Fiend와 Devil은 남습니다. 둘 중에서 굳이 "악마"라는 번역을 택해야 한다면, 악한 외세계 존재들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포괄하는 Fiend를 악마로 표현하는 것이 옳습니다. Devil은 (사전적 번역이 악마이긴 하지만) 악마라는 종류(Type) 내에 존재하는 하나의 하위 종류(subtype)로서, 종족에 준하게 표기하게 되었습니다.
2. 그렇다면 본 데빌로 하면 되지 않습니까? 둘을 섞어 놓을 거라면 핏 핀드는 왜 구덩이 핀드로 하지 않은 건데요?
사실 이 부분(수식어까지 모두 음차하는 부분)은 저희가 매우 고민했던 선택지입니다. 실제로 (거의 완성되었던) 3번째 검토본까지는 데빌의 모든 하위분류가 다 음차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뼈 데빌" 때문이 아니고, Spined Devil(바늘 데빌)과 Barbed Devil(가시 데빌) 때문이 컸습니다. 사실 뾰족한 척추나 돌기에 가까운 단어인 Spine와 가시는 가시더라도 휘어지고 날카롭게 많이 돋아나 있는 짧은 가시의 이미지에 가까운 Barb는 차이가 좀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한국어로 번역할 경우 둘 다 "가시"로 번역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자면 차라리 모두 음차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편리한 해결책"이 현지화 가이드에서 추천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Golem들 역시 지금은 점토 골렘, 바위 골렘 같은 식이지만, 당시에는 같은 표현 방식 상의 통일성을 위해서 모두 클레이 골렘, 스톤 골렘 같은 식으로 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따르도록 안내받은 지침인 현지화 가이드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들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번역할 것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뼈, 가시, 바늘, 사슬, 뿔 등 데빌의 소분류는 이런 이유 때문에 붙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경으로 인해 골렘들 역시 점토 골렘, 무쇠 골렘 등의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중 몇몇 예외는 색깔에 대한 것으로, Red Dragon을 "붉은 드래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반발이 클 것 같았던데다 (악마 앞에 붙는) 비어드/본/스파인 등과는 달리, 한국에서 레드/블루/화이트 등 색깔에 대한 영어 표현은 일상적으로 쓰이므로 번역어로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라는 설득에 의해 다행스럽게도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하위분류로서 색깔을 가지는 Slaadi들도 덩달아 음차되는 혜택을 누렸습니다.)
데빌의 여러 종류 중에서 저희가 지금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Pit Fiend를 위해 좋은 번역어를 찾아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통일성을 위해 Fiend를 악마로, Pit을 구덩이로 해서 "구덩이 악마"로 번역하는 것은 이 강력한, 상직적인 데빌의 지도자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번역이었습니다. 참고로 저희가 마지막(11차)까지 매력을 느꼈던 선택지는 "무저갱의 악마"입니다. 이것은 저희 팀원 중에서 Pit Fiend의 디자인 기원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아바돈(Abaddon)이라고 주장했고 이미지가 그럴듯하기에 마지막까지 고려의 대상에 올랐으나, 해당 팀원이 최종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지 못했기에 기각되었습니다. 그는 아직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3. Devil은 데"블"이 맞지 않나요? 레드 데"블", 데어데"블".....
저희는 그 판단을 존중합니다. 실제로,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Devil은 데"블"로 표기하는 것이 옳습니다. (또한 정확한 발음에 따른 표기의 경우 Oxford Dictionary에 따르면 Devil의 발음은 dɛv(ə)l 이므로 가장 정확한 발음 표기는 "데벌"이 맞을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저희가 당시 검토 중에 데블보다 데빌의 검색어가 더 많이 나왔던 점이나 커뮤니티에서 데빌이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고 판단한 점 등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희는 발음 문제에서 저희가 자주 대답하는 것처럼 두 익숙함 사이에서 선택했다는 점, 저희가 가능한 항상 영문과 같이 표기하려고 애쓴다는 점, 한국어로 정확한 원어의 표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생활상에서 영어를 상용하는 문화권에서도 각 문화권마다 정확한 발음은 다르다는 점 등을 들어 양해를 부탁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왜 Bone Devil을 "뼈 데빌"로 번역했는가에 대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골렘 등 "동일 종 내에서 앞에 번역된 수식어가 오는 경우"들에 대한 설명 역시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왜 드래곤의 색깔은 번역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해당 내용에 대해 언제든 저희에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PS. 직역 어투의 번역에 대해서
회의 도중에 나왔던 현재 이슈 중 "직역 어투와 번역기를 돌린 것 같은 어색함"에 대한 의견이 있었기에, 이에 대해서 짧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게임 용어로서의 정확함이 게임 도중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떤 효과의 설명에 마법적으로(magically)라는 단어가 들어가는가 아닌가에 따라서 많은 것이 바뀌는 것이 게임의 판정입니다.
회의 도중에 나왔던 문장에 기반해 설명하겠습니다.
데빌의 시야. 마법적 어둠은 데빌의 암시야를 가리지 못합니다.
(Devil’s Sight. Magical darkness doesn’t impede the devil’s darkvision.)
"마법적 어둠은 데빌의 암시야를 가리지 못합니다." 같이 단번에 읽기에 어색한 문장은, 번역기로 돌렸기 때문이 아니라 각자 게임적인 용어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위 문장 같은 경우, "마법적인 어둠(Magical darkness)"이라는 키워드는 (표현상으로는 어색할지언정) 판정에서는 중요합니다. 암시야(Darkvision) 역시 크리쳐가 지니고 있는 능력으로서 게임적인 특징과 기능을 지닙니다. 이와 같은 능력을 "지옥의 악마들이 지닌 어둠을 뚫어보는 힘은 마법으로 만들어낸 어둠마저도 뚫어볼 수 있습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부드럽다는 점은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설 부분에서라면, 저희는 결코 이런 식으로 번역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게임을 번역하는 것이며, 게임적인 편의와 사용자의 익숙함이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입니다.
물론, 게임적으로도 통일성있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읽기에도 자연스러운 번역이 가능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희 역시 그러한 번역을 추구하며, 그러한 번역을 완성하지 못했던 역량 부족에 대해 반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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